캄보디아에서 온 37세의 분반나씨 / 2007

계명대학교 아담스관 이층 강의실에서 창을 열면 한눈에 들어오는 외국인노동상담소가 있었다. 이국적인 모습 때문에 인물사진의 모델로 섭외하기도 했다. 꼬리처럼 따라붙는 인권문제에 앞서 외모에 이끌려 대상화했다. 그들이 겪는 어려움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적어도 일부는 인간적으로 이해했다. 문화적인 차이, 부당한 대우, 생이별, 직장 내 문제는 직접 확인해야만 아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주노동자’ 라는 대표성을 가진 덩어리로 인식되고 거시적인 접근이 우선한다. 개개인으로서 바라볼 수 있는 시각적 토대가 필요하다. 관념의 범주로 묶을 수 있는 문화적 배경과 처한 현실을 지워내고 순수하게 다를 바 없는 한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요건을 드러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다.
그것은 잠든 얼굴을 기록하는 것이다. 섭외를 시작했다. 촬영을 거부할 수 밖에 없는 사람이 있어서 쉽지 않았다. 대구외국인노동상담소의 김경태 목사님께서 한 분을 소개해 주셨다. 만나기 전에 손을 다쳤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마주하고 보니 조금은 당황스러웠다. 첫 만남에서 악수가 중요한 것임을 미처 알지 못했다. 성함도 여쭤보지 못했다. 어찌할 바 모르는 표정과 말이 분위기를 어색하게 만들었다. 촬영을 부탁하고 서둘러 그곳을 나왔다. 캄보디아에서 온 분반나씨는 사고로 10개월을 병원에서 지냈다고 한다. 그러면서 양쪽 다리를 내보였다. 언뜻 화상을 입은 자국인줄 알았다. 정확히 알아듣지 못했는데 허벅지 살을 떼어서 손과 옆구리에 이식한 것으로 보였다. 촬영을 준비하는 중에도 시선은 분반나씨의 오른손을 향하곤 했다. 준비를 마치고 그가 잠들기를 기다렸다.
잠은 기본적인 생리 중의 하나이고 얼굴은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최소한의 지표이다. 잠든 얼굴은 그의 배경과 현실을 지울 수 있을 것이다. 인간으로서의 순수한 동질감이 드러나기를 기대했다. 상황이 아닌 존재 자체를 기록하기 위해 시도한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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