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화(Artificial Flower) / 2011-
계절 모를 꽃이 여전하다. 날이 선 파릇함에는 어머니의 온기가 없다. 햇빛이 TV선반을 긁어댔고 찌개는 들쭉날쭉하다. 나무를 보며 새삼 아파트의 나이를 가늠했다. 낯익은 꼬마가 교복을 입고 지날 때 무심히 내 나이를 떠올렸다. 하지만 스치듯 어머니의 장난기 어린 눈빛을 마주하던 때, 불쑥 시간의 맨 앞에 선 느낌이었다. 막연히 이별을 생각했다. 괜한 조바심에 때늦은 벚꽃놀이를 나섰지만 아쉬움이 남는다. 가까운 식당에서 곱게 다진 떡갈비로 달랬다. 어머니는 시원찮은 맛에 볼멘소리를 내었다. 마냥 공감할 수 없는 불만의 말에 마음이 놓인다.
한동안 나는 모자 하나 얻으려 헤픈 청춘을 아껴왔다. 일찍이 철들어, 플레이모빌처럼 작업복 속에 표정을 감추기도 했다. 때로는 등 떠민 퇴사의 살풍경을 가벼운 농담으로 무마했다. 매번 주어진 선택을 하고, 그것은 불가피한 생리에 가까웠다. 한 철 보내듯 받아들였다. 사는 게 비슷해 가끔은, 너에게 하는 말인지 나에게 하는 말인지 헷갈린다. 오랜만에 늦은 귀가에 걸음마다 자석처럼 서로 밀어냈고, 너와 나는 더 이상 예전처럼 다르지 않다. 머문 자리에 풀이 나고 우리는, 연무처럼 도시를 부유한다. 오래된 조화는 여전히 베일듯 선명하다.- 없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