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 Threshold / 2025
담 Threshold
구불구불한 것은 넓고 또 깊다. 골목을 펼치면 얼마나 길지, 걸음을 세면 얼마나 멀지 생각했다. 아마도 굴곡진 표면적이 주는 경험치가 크기 때문일 것이다. 감각의 척도에 따라 골목은 무한의 공간이 되기도 한다. 가끔은 모호한 경계가 그 이유는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다. 대상을 구분하는 습관은 골목을 되짚고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게 한다.책상에 선을 긋는다고 해서 관계가 나뉘지 않는 것처럼, 물리적 선이 곧 분명한 경계로 기능하는 것은 아니다. 4인실 기숙사의 부족한 공간에도, 한가운데엔 누구의 것도 아닌 것이 자리했다. 개인 간의 거리가 팔 벌린 정도라니, 살가운 관계는 아니었던 우리에게 기묘하고도 버거운 공간이었을 것이다. 언젠가 누군가의 분명한 흔적이 있었지만 아무도 어떠한 행동을 보이지 않았다. 추측할 뿐, 꽤 오랜 시간 버티다가 사라졌다. 서로 닿지 않으려 노력하거나 내 영역을 지키려는 그 심리적 거리들이 만들어낸 미묘한 교집합이 거기에 있었다.
담을 쌓고 색을 칠할수록 경계는 선명함을 잃는다. 내 것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유동하는 공간이자 잠재적 공간, 경계는 타인이 점유할 수 있는 나의 공간이다. 온전한 자신이 아니고 타인도 아니다. 그 방의 한가운데처럼 중첩된 경계가 중심에 있고 보통 우리는 거기에서 만난다.
- 없음
참여한 전시
- 2007 《만물시장》
- 2009 《인민로》
- 2009-2010 《평화와 통일》
- 2018 《호안끼엠》
- 2021 《바이센지》
- 2021 《라벨을 보다 Lee Young X Label Gallery》
- 2022 《사랑곳》
- 2023 《비늘》
- 2024 《라벨을 보다 2024》
- 2024 《알고도날레스》
- 2025 《포장된 공간》
- 2025 《담 Threshol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