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탑 / 2018,2025
잘 가나 싶다가도 얼마 지나지 않아 멈춘다. 건전지를 다시 교체해도 결국, 값싼 시계에 돈 들이기 아까워서 책상 위에 누인다. 2017년에 빅벤을 전면적으로 수리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짤막하지만 전세계적 뉴스였다. 그 유명한 빅벤도 다 됐구나 싶었다. 시계탑은 시대의 흐름과 같이 가는 경향이 있다. 전쟁이 나면 건재함을 보이기 위해서라도 작동해야 했고, 예상치 못한 기후의 변화도 함께 겪어왔다. 때로는 정치적인 이유로 기능을 제한하기도 한다.
시계탑은 때가 되면 종을 울리고 멀리서도 잘 보이도록 선이 곧은 형태로 높게 짓곤 한다. 누구나 시간을 가질 수 있지만 그 형태를 볼 때, 권위적인 인상을 풍긴다. 공공화된 시간은 개인을 중앙집권적인 거대한 시스템 안에 종속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제국적 표준화의 상징은 진작에 멈춰 있었음에도 곱게 누이 듯 쉽게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
오래 전에 시계탑을 찾아다녔다. 당시에 잘 움직이던 시계가 근래는 고장난 채로 멈춰있거나 터무니 없는 시간을 가리킨다. 철거되어 사라졌거나 위치를 옮기기도 한다. 찾지 못해서 돌아온 경우도 있고 동네 주민조차 시계탑의 존재를 몰라서 내가 알려주기도 했다. 적어도 예전에는 지역의 특산품을 머리에 얹고 있었는데 그러한 성의조차 없다. 적당한 가격에 공원을 예쁘게 장식하려는 듯이 보인다. 밤에도 시간을 알 수 있도록 시계 후면에 등이 켜지는 경우가 많다. 최근의 시계탑은 회전 교차로에 한 자리를 차지하고 밝게 빛을 낸다.
시계, 탑은 유물에 가까운 듯하다. 기능을 잃고 단순한 구조물 또는 조형물의 성격이 더 강해 보인다. 다원적 네트워크가 확대될수록 산발적인 구심점을 따라 재조정되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다. 지나치다 눈길 한번 닿을 만한, 작은 시계탑이 우후죽순 세워지는 것은 그것이 더 이상 기존의 가치를 이어갈 수 없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미 개인과 공공의 시간은 달리 흐르고 권위도 희미하다. 상징과 기능이 사라진 값싼 시계는 전근대적이지만 동시에 가장 확실한 개인화된 시간관념의 결과이기도 하다.







































































